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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아재, 진정하소. 이 빙신이 무슨 짓을 하겠능교?”그가 그 덧글 0 | 조회 238 | 2021-05-17 17:53:54
최동민  
“화천아재, 진정하소. 이 빙신이 무슨 짓을 하겠능교?”그가 그렇게 말하며 새삼 비감에 젖는 것을 보자 일순 묘하게 굳어졌던 추수의 얼굴이 원래대로 풀어졌다.“기쁨인 동시에 괴로움이었지요.”“어서 불을 붙이지 못할까!”“철모도 안쓰고 위장망을 입지 않았다는 겁니다.”이쪽으로 와요, 얼른.또 산은 한 달치 봉급을 몽땅 털어 산 셈이 된 등산장비를 비싸다고 생각들지 않게 만들기에 충분한 정신적 보상도 해주었다. 도시에서 출발할 때는 각자 다른 삶, 다른 지위, 다른 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비슷비슷한 차림으로 산 속에서 만나면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평들해졌다. 이를테면 그들과 비슷한 차림, 비슷한 장비로 산에 오른 우리들 어디서 실패의 예감이 강하게 풍기는 우리 삶의 흔적을 찾아낸단 말인가. 누가 우리에게서 가난한 선반공이나 스페어 운전사나 중국집 요리사의 냄새를 맡아낼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산만 낼려가면 바로 쳐다보기도 힘들 높으신 양반이나 학식많은 대학교 선생님들 또는 돈 많은 사장들일지라도 모르는 이들과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울리고 농지거리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그리고는 다시 술 한 잔을 앵긴 뒤 핸드백을 찰칵 열더니 착착 접은 보자기 같은 것을 꺼냈다. 얇고 질긴 비닐로 만들어진, 보자기보다는 거의 모포만한 깔개였다. 몸뚱아리 외에 필요한 유일한 밑천이요, 낙타부대의 기본장비인 셈이었다.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젖혔다. 정박사였다. 이어 살갗을 뚫고드는 주사바늘의 느낌이 무슨 찬바람처럼 몸을 오싹하게 했다. 방안에 앉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 있었다. 고죽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네 이름이 뭐냐?거기다가 불문은 우리의 계율이었다. 그녀가 내 아내를 묻지 않은 것처럼 나는 한번도 그를 묻지 않았다. 요컨대 나는 그의 존재를 묵살함으로써 그에 대한 예의를 다해 온 것이다. 그녀가 항시 걸치고 다니는 착색된 멋진 모피나 목에 걸린 진귀한 조개껍질 따위가 끊임없이 그의 존재를 상기시킬 때조차도.그 애는 울고
윤선생도 초지에 갔임더. 메칠 전에 사무실에서 얼찐 본거 같은데“당신은 이곳에서 진심으로 반성해야 할 몇 사람 중의 하나야. 당신은 직접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내세우지만, 비위사실을 알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게 분명하다면 그 사람이 돌아가려는 당신에게 억지로 돈을 주었더라도 틀림없는 공갈죄야, 더구나 기자 자격까지 사창했잖아? 정말로 더 이상 잘못되기 전에 반성하고 삶의 방식을 바꿔봐.1987년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11회 이상 문학상 수상권기진씨는 약간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너희 아버지 어디 계시니?선고가 떨어진 후 나는 처음 한동안 기쁨으로 정신이 없었다. 뒤에 달려 있는 집행유예 삼년이라는 꼬리가 앞으로 나를 어떻게 괴롭힐지, 그리고 뒤미처 있을 입대가 내 인생의 계획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 석방된다는 것, 아, 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든 함께 있을 수 있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포근한 솜이불 속에 잠들고, 조용한 방에서 원하는 걸 읽을 수도 있고, 그리고 떳떳하게 성냥과 담배를 넣어다니다가 주이를 살피지 않고도 불을 붙이고 방해받지 않고 온 개비 담배를 다 태울 수 있고.술, 박카스 병에 든 독주를 마시고 면회실 세면대에 가서 얼굴을 찬물에 끼얹지 않아도 되고, 은단을 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마시고 고래고래 떠들다가 아무렇게나 쓰러져자도 되고.진작부터 “술,술”하며 외쳐대던 그 고함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면서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복도를 건너왔다. 뒤이어 놀란 외침과 교도관이 달려가는 다급한 구두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걷어부친 왼팔이 피투성이가 된 그 운전사가 끌려나왔다. 감방 안의 술을 혼자 다 마신 듯 정신없이 취한 얼굴이었는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여전히 술을 찾고 있었다. 아마도 술을 조르다 안되자 자해를 한 모양이었다.“무슨 말이야”자기의 강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이중위는 천일병의 변호를 단념했다.“아니죠. 스태미너란 그저 다다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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